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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끈적끈적하고, 퇴폐적인 사운드의 The Cure (더 큐어) - Disintegration

음악 이야기

사랑의 이면, 얼룩진 추억


이번에 소개할 곡은 스미스와 함께 80년대 영국 록(포스트 펑크 장르)을

대표하는 밴드 중 하나인 고딕 록 밴드 큐어의

여덞번째 스튜디오 앨범 <Disintegration>의 열 번째 수록곡

<Disintegration>입니다.



1989년에 발매된 이 앨범은 이후 얼터너티브 록 / 팝 음악을 만드는 이들에게

어마어마한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약간의 밝은 순간들을 제외하곤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그런 앨범의 거의 막바지에 수록된 곡인 만큼

씁쓸하고 비극적인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장조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슬픈 멜로디가 들린다는 게 신기합니다.

밴드의 보컬이자 프론트맨인 로버트 스미스의 목소리가

곡의 처연함에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진입장벽이 좀 있는 창법이라고 보지만 (워낙 요즘 창법과는 달라서),

익숙해지고 나면 이보다 큐어와 그들의 앨범이 추구하는 분위기에

어울릴 순 없단 생각이 절로 듭니다.

전주가 상당히 긴데, 베이스와 곡 내내 깔리는 기타 리프로 시작해서

그 위로 다른 이펙트와 신스가 깔립니다.




스미스는 전 사랑을 버리고 떠나가는 화자의 시점에서 노래합니다.

솔직히 말해 화자는 쓰레기입니다. 천하에 이런 쓰레기도 둘이 없습니다.

격렬한 사랑을 하곤, 무책임하게 아이와 사진 그리고

얼룩진 추억 (“Stains on the scenery”)만 남기고 떠나버립니다.

그런데 이런 전과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Photo by Alina Sofia on Unsplash 




물론 전 연인들을 사랑하는 마음도 아주 없진 않아보입니다.

퇴폐적인 생활에 안착해버린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고요.

어린아이처럼 모두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욕망도 드러내는 복잡한 캐릭터입니다.

그런 캐릭터가 이별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사랑하는 루프에 빠져

몸도 마음도 유리처럼 산산조각나 부서지는 과정,

즉 “disintegration”을 그린 것이 바로 이 노래입니다.



8분이 넘어가는 긴 곡이지만 반복되는 구간 하나하나가

의미 있게 곡에 들어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듣다 보면 제가 피를 토할 것 같네요. 그만큼 처절합니다. 누구에게도 충실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

그리고 한편으론 새로운 애정과 쾌락을 갈구하는 감정이

온데 범벅이 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앨범에서 Love Song, Fascination Street, Lullaby 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 가사 퍼가실 땐 출처 꼭 밝혀주세요!

우울할 때 듣는 The Smiths (더 스미스) -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음악 이야기

삶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태로운 순간의 몽타주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이 노래를 영광의 첫 음악 포스팅으로.

1986년에 발매된 이후부터 모두가 더 스미스 최고의 걸작이라고 입모아 칭찬했던

세 번째 스튜디오 정규 앨범 <The Queen Is Dead>에 9번째로 수록된 트랙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입니다.



작년에 롤링스톤지의 한 기자분이 총 73개의 스미스 노래 하나하나에

순위를 매긴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곡입니다.

물론 음악은 사람 듣기 나름이지만 그만큼 대중에게도, 평단에게도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 아닐까요? 유튜브, 해외 음반 리뷰 사이트 등

여러 군데 돌아다녀봐도 이 노래 싫다는 사람은 정말 드물었던 것 같네요.

기사 본문


밴드의 보컬이자 프론트맨인 모리세이 특유의 영국식 시니컬한 유머와

우울한 감성이 가사에 잘 녹아있습니다.

화자는 차 옆좌석에 앉아있는 연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빛과 음악과 생명이 넘치는 젊은이들이 있는 곳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합니다.

왜인지 자신을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더이상 그곳을 집으로 여기지도 않습니다.


첫번째 훅이 시작되고, 스트링 멜로디가 스미스의 트레이드마크인

짤랑거리는 기타 리프와 어우러지면서 화자는 숨이 먹먹해지는 고백을 합니다.

거리를 달리는 이층버스나 10톤짜리 트럭이

지금 그와 연인이 타고 있는 차를 들이받아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게된다면,

그보다 환상적이고 영광스런 죽음은 없을 것이라고요.

빛과 음악과 생명으로 둘러싸여 연인과 함께하는 가장 행복한 순간을

죽음이 선사하는 스틸샷으로 담아내려고 하는 듯합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고도

숨막히게 아름다운 로맨스를 그려내는 모리세이의 작사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Photo by Gabriel Santiago on Unsplash


말은 러브송이지만 사실상 이 노래는 모든 사람이 본질적으로 떠안고 살아가는

우울과 미래에 대한 불신을 그려낸 것 같습니다.

사실 노래는 청자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주면서 끝납니다.

죽고 싶을만큼 슬프고 답답하지만, 화자는 곡의 제목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즉 “꺼지지 않는 불빛이 있다"며 몇번이고 스스로에게 되뇌입니다.


여담으로 영화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에서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을 이어주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출처: <500일의 썸머> 공식 사이트

역시 사랑은 서로 취향이 잘 맞아야 이뤄지는가 봅니다.


특히 힘든 날 보냈다면 힐링을 보장하는,

개인적으로 평생 다신 스미스를 듣지 않으셔도

한번 들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 노래입니다.


+시간이 나면 이 곡의 가사에 대해 본격적인 해석을 포스팅해보려 합니다.

++Take 1 버젼도 정말 좋습니다. 확실히 최종 레코딩과는 다른 매력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