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책을 핑계로 할일을 미루는 곳입니다." 우울할 때 듣는 The Smiths (더 스미스) -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초콜릿 다이너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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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 듣는 The Smiths (더 스미스) -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음악 이야기

삶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태로운 순간의 몽타주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이 노래를 영광의 첫 음악 포스팅으로.

1986년에 발매된 이후부터 모두가 더 스미스 최고의 걸작이라고 입모아 칭찬했던

세 번째 스튜디오 정규 앨범 <The Queen Is Dead>에 9번째로 수록된 트랙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입니다.



작년에 롤링스톤지의 한 기자분이 총 73개의 스미스 노래 하나하나에

순위를 매긴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곡입니다.

물론 음악은 사람 듣기 나름이지만 그만큼 대중에게도, 평단에게도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 아닐까요? 유튜브, 해외 음반 리뷰 사이트 등

여러 군데 돌아다녀봐도 이 노래 싫다는 사람은 정말 드물었던 것 같네요.

기사 본문


밴드의 보컬이자 프론트맨인 모리세이 특유의 영국식 시니컬한 유머와

우울한 감성이 가사에 잘 녹아있습니다.

화자는 차 옆좌석에 앉아있는 연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빛과 음악과 생명이 넘치는 젊은이들이 있는 곳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합니다.

왜인지 자신을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더이상 그곳을 집으로 여기지도 않습니다.


첫번째 훅이 시작되고, 스트링 멜로디가 스미스의 트레이드마크인

짤랑거리는 기타 리프와 어우러지면서 화자는 숨이 먹먹해지는 고백을 합니다.

거리를 달리는 이층버스나 10톤짜리 트럭이

지금 그와 연인이 타고 있는 차를 들이받아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게된다면,

그보다 환상적이고 영광스런 죽음은 없을 것이라고요.

빛과 음악과 생명으로 둘러싸여 연인과 함께하는 가장 행복한 순간을

죽음이 선사하는 스틸샷으로 담아내려고 하는 듯합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고도

숨막히게 아름다운 로맨스를 그려내는 모리세이의 작사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Photo by Gabriel Santiago on Unsplash


말은 러브송이지만 사실상 이 노래는 모든 사람이 본질적으로 떠안고 살아가는

우울과 미래에 대한 불신을 그려낸 것 같습니다.

사실 노래는 청자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주면서 끝납니다.

죽고 싶을만큼 슬프고 답답하지만, 화자는 곡의 제목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즉 “꺼지지 않는 불빛이 있다"며 몇번이고 스스로에게 되뇌입니다.


여담으로 영화 <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에서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을 이어주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출처: <500일의 썸머> 공식 사이트

역시 사랑은 서로 취향이 잘 맞아야 이뤄지는가 봅니다.


특히 힘든 날 보냈다면 힐링을 보장하는,

개인적으로 평생 다신 스미스를 듣지 않으셔도

한번 들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 노래입니다.


+시간이 나면 이 곡의 가사에 대해 본격적인 해석을 포스팅해보려 합니다.

++Take 1 버젼도 정말 좋습니다. 확실히 최종 레코딩과는 다른 매력이 있네요.